198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고문 <미래조직의 도래 The Coming of The New Organization>에서 피터드러커가 지식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조직의 바람직한 모습으로서 오케스트라를 메타포로 처음으로 사용한 이후, 몇몇 학자들에 의해 이에 대한 흥미로운 토론과 관점의 전환이 있어 왔다.
1992년 리 폴러Lee Faller는 오케스트라를 조직의 메타포로 사용한 드러커의 관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케스트라 내 각 악기섹션 그룹의 자율관리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조직 내 중간관리자와 지식근로자가 보다 자율관리적 성향을 보일 때 리더는 단순히 과업을 수행하는 관리자가 아닌 비전 공유를 리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하였다.
1990년대 들어 몇몇 조직학자들은 미리 준비된 악보에 따라 한 사람의 지휘자에 의해 이끌리는 오케스트라의 아이디어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하였다. 칼 와이크Karl Weick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격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조직의 환경대응역량이 중요시 되는 시점에 오케스트라보다는 재즈밴드가 더 나은 메타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조직학자이면서 재즈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프랭크 바렛Frank Barrett은 칼 와이크의 논지를 따르면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으로 대표되는 기업 환경에서는 기존의 관행과 질서를 벗어난 예기치 않는 신속한 행동이 요구된다고 하며 재즈의 즉흥연주를 중심으로 조직의 혁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드러커에 무한한 존경을 갖고 있지만 오케스트라 지휘자 메타포는 최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역동성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프랭크 바렛의 주장에 반박할 생각은 없지만 피터드러커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메타포는 드러커가 이를 제시한 당시 글의 주제인 ‘지식사회와 지식근로자’의 맥락에서 본다면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드러커가 말한 바와 같이 피아니스트 출신의 지휘자가 튜바를 연주할 수는 없다. 모든 악기의 연주자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지휘자에게 의존하지만 전통적인 상사 부하의 관계가 아닌 전문가로서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고 지휘자는 협력의 힘을 만들어 낸다. 연주자를 ‘지식근로자’의 관점에서 보고 협력의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지휘자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드러커의 오케스트라 메타포는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뉴욕 브로드웨이 52번가 민튼스 플레이하우스에서 시작되어 재즈의 즉흥연주가 화려한 꽃을 피우고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마일스 데이비스에 의해 재즈에서의 혁신적 시도가 정점을 이루던 그 시절에 뉴욕대 교수로서 가까운 곳에서 이를 지켜보던 피터드러커는 재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피터드러커는 1996년 미 와이어드Weird 잡지 편집장인 케빈 켈리Kevin Kelly, 미래학자인 피터 슈워츠Peter Schwartz와의 인터뷰에서 재즈밴드 조직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드러커는 새로운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대기업 리더들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지금 당장 제시할 수 있는 경영 모델은 오페라이다. 오페라의 지휘자는 솔로이스트, 합창단, 발레, 오케스트라 등 서로 다른 다양한 그룹을 통제함으로써 원하는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공통의 악보를 갖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점점 더 많이 논의하는 주제인 다양화된 조직은 연주와 동시에 작곡을 요구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훌륭한 재즈밴드이다.

혁신에 관해서 피터 드러커 만큼 놀라운 통찰력을 지닌 사람은 없다. 혁신은 피터 드러커가 쓴 모든 글에 내재된 근본 사상이다. 위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피터드러커는 바람직한 경영자의 과업은 쓰여진 곡을 단지 해석하고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즈를 특징짓는 즉흥연주가 연주자의 직관을 통해 악보에 없는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즉 작곡과 연주가 공존하는 것임을 볼 때 21세기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에서의 드러커가 말한 바람직한 경영자의 모습은 재즈밴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